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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라고 하여 단순히 소화불량이나 식이섬유 부족하고만 관련있는 것은 아니다. 괄약근 또한 변비의 원인이 될 수 있다.장내 배변 과정은 단순한 기계적 배출을 넘어서, 신경계와 내분비계, 그리고 평활근 및 괄약근의 정교한 협응을 요구하는 복합 생리 작용이다. 특히 직장과 항문에 위치한 내괄약근(internal anal sphincter)과 외괄약근(external anal sphincter)은 정지 상태와 배변 시의 압력 조절을 담당하며, 이 둘의 긴장도 이상은 변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만성 변비 환자에서 나타나는 이른바 ‘배출 장애형 변비’는 직장내압은 증가했으나 항문괄약근의 이완이 동반되지 않아 발생하며, 이는 기능적 폐쇄 현상을 유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괄약근의 기능 회복은 단순히 장운동 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식이 조절과 신경근육학적 접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본 글에서는 괄약근의 긴장도 및 조절 기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식품군과 이들의 작용 기전을 생리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변비 개선에 효과적인 접근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섬유질과 괄약근 이완
수용성 및 불용성 식이섬유는 변비 치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식이요법이지만, 이들의 작용은 단순한 대변 부피 증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수용성 섬유소(예: 이눌린, 구아검, 프락토올리고당)는 장내 수분을 끌어들여 겔 형태를 형성함으로써 대변의 점도를 증가시키고, 직장 팽창을 통해 장신경계의 배변 반사(enteric defecation reflex)를 자극한다. 이는 항문괄약근의 반사적 이완을 유도하며, 내괄약근의 억제를 통해 배출 경로를 개방하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불용성 섬유소(예: 밀기울)는 기계적 부피 자극을 통해 장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직장 충만을 가속화하며, 이 역시 괄약근 이완을 유도하는 신경근 반응을 활성화한다. 따라서 섬유소의 종류에 따라 괄약근의 반사 조절 기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며, 변비 치료에 있어 개별 특성을 고려한 섬유소 조합이 중요하다.
지방산과 장신경계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된 식이섬유는 부티르산(butyrate), 프로피온산(propionate), 아세트산(acetate) 등의 단쇄지방산(SCFA)을 생성하며, 이들은 단순한 에너지원 그 이상으로 장벽 및 신경계 기능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은 장내 세균이 섬유질을 분해해 생성하는 짧은 탄소 사슬의 지방산으로,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조절하며, 장 운동 촉진과 면역 기능 강화에 기여한다.
이중에서도 특히 부티르산은 장신경계의 흥분성을 높이고, 장 평활근의 연동운동을 촉진하는 동시에 항문괄약근의 긴장도 조절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부티르산은 내괄약근의 α2-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억제함으로써 평활근 이완을 유도하며, 이는 배변 시의 이완 타이밍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장신경총(myenteric plexus)에 작용하여 신경 전달물질(특히 VIP, nitric oxide)의 방출을 유도함으로써 괄약근의 이완 반응을 증진시킨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고섬유식 식단과 함께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괄약근 기능 개선에도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직장 내압과 괄약근 반사
수분 섭취는 변비 해결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지만, 그 효과는 단순히 대변 연화를 넘어서 장내 전해질 환경과 직장 팽창 수용기의 민감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수분이 충분할 경우, 수용성 섬유소가 직장에서 팽윤하여 팽창 자극을 증가시키고, 이는 괄약근 이완 반사를 보다 민감하게 유도한다. 반면 수분이 부족하면 이러한 반사가 억제되고 내괄약근의 고장성 수축이 지속되며, 배변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고나트륨 식이나 저칼륨 상태는 장평활근의 수축성과 괄약근의 신경전도 속도에 영향을 주므로, 수분과 전해질의 적절한 균형은 괄약근의 긴장도 조절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다. 이와 같은 기전은 노인성 변비 혹은 이뇨제 복용 환자에서 괄약근 기능 장애가 더 흔히 관찰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식이요법과 괄약근
괄약근 기능은 단순한 근육의 강약을 넘어, 장내 내용물의 성상, 장신경계의 반응성, 그리고 호르몬·전해질 균형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특히 배변 반사 시의 괄약근 이완과 수축은 다양한 식이 인자의 영향을 받으며, 이들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은 기능성 변비 치료에 있어서 핵심적 전략이 될 수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와 단쇄지방산은 괄약근의 반사적 이완을 돕고, 수분과 전해질은 그 민감도를 조절하며, 섬유질의 종류는 장 연동운동과 직장 충만 속도를 좌우한다.
이러한 기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식단을 구성하고 생활 습관을 조절한다면, 괄약근의 비정상적인 긴장 상태나 반응성 저하로 인한 배변 장애를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는 약물이나 수술에 의존하지 않고도 괄약근 기능 회복을 유도할 수 있는 비침습적·생리적 접근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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